며칠 전에 식탁에 앉아 옷단을 꿰매면서 불현듯

친정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돌아가신지 벌써 열여덟 해가 지났지만 옷단을 꿰매는 그 실이

바로 친정 어머니가 물려주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한량인 아버지를 만나서 우리 오남매를 낳아기르며 무척 고생을 하셨습니다.

젊었을적엔 동네에 유일한 재봉틀로 삯바느질을 하셨고, 중간에는 가가호호 계란을 모아 시장에 내다 파시기도 하고, 늙으막에는 쌀 장사를 하시느라 척추에 변형이 와서 고생도 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1년전 쯤 친정에 갔더니 죽음을 예견했는지 당신의 옷, 사진, 쓰시던 잡다한 물건들을 다 정리를 해놓으셨습니다.

옷장을 열어보라고 해서 열어보니 선물받은 새 내복 몇 벌, 새 타올 몇 장과 제가 20여년 전에 입었던 교복이 걸려 있었습니다.

"어머니 뭐 하러 이걸 여태껏 놔두셨어요?"

"그 옷을 니가 입고 저 문을 들어서모 올매나 마음이 좋았는데 내가 버릴 수가 있어야제...."

당신이 아끼던 옷도 다 태웠는데 딸 교복은 끝까지 챙겨두고 있었습니다.

내가 죽고 이 것들을 가져가려면 마음에 걸릴테니 생전에 가져가라면서 내복 2벌, 타올 몇 장을 챙겨주시고는 바느질 하는 걸 유난히 좋아해서 초등학교 시절 여러번 재봉틀 바늘을 부러뜨렸던 저에게 당신의 청춘이 오롯이 묻어 있는 재봉틀을 물려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올케 언니와 살고 계신데 언니 물려주시라고 사양하고는 재봉틀에 꽂혀 있던 어머니 손때묻은 실패를 빼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십 수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저도 두 딸을 시집보낸 어머니가 되어, 어머니 남겨주신 실~패 하나로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하니 마음이 아릿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