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화라서 그런지 봄꽃 중에서도 유달리 무리지어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는,

때론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에 꽃비가 쏟아지는 장엄한 광경을 보면서도

벚꽃의 아름다움에 환호하기가 조금은 껄끄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셔서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꽃을 순수한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우리 민족의 지나간 아픔이 너무도 커서 그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벚꽃 진지가 언제인데 새삼스레 벚꽃 얘기인가 생뚱맞지요.

한 주 전쯤일까?

벚나무가 줄지어 선 가로수 길을 걸어가는데 길 바닥이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어요.

벚꽃이 지고 그 자리에 달렸던 열매가 새까맣게 익어서 떨어지는 중이었지요.

저 열매가 어린 시절 좋은 간식거리였는데 하며 수 많은 벚나무들을 스쳐 지나갔지만

바닥이 버찌 열매 범벅을 이룬 한 나무 아래에서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키도 크고 잎도 무성하고 튼튼하게 자란 주변의 벚나무에 비해

몇 배는 됨직할 수 많은 열매를 다닥다닥 달고 있는,

가지도 군데 군데 부러지고, 키도 작고, 잎도 무성하지 않은 못난이 벚나무 한 그루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버거울 듯한 못난이 벚나무가

저렇듯 많은 열매를 맺은 연유가 무엇일까??

말없는 나무를 올려다 보고 또 올려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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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언제 수한이 다할지 모르는 벚나무의 절박한 선택,

수많은 자손을 남겨 그 자리를 지켜가려는

사명감당의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제게 주는 메세지였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