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사람과 속사람]

얼마 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고, 각본상을 수상했다.
“시”라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에 대한 관심도 많았는데 바로 배우 윤정희씨다. 그녀는 1960년에서 70년대에 최고의 인기와 연기력을 뽐내던 톱스타였다.
그런데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그것도 16년 만에 “시”라는 영화에 출연을 한 것이다. 그리고 영화 인생 43년 만에 칸의 레드 카펫을 밟았다.

“시”라는 영화에 나온 윤정희씨는 왕년의 화려한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를 생각하고 지금의 모습을 보면 너무 늙어버린 모습이었다.
더 예뻐 보이고 싶어 하는 여자의 본능이 있을 텐데 그녀는 나이 먹은 모습과 주름진 모습 그대로 무대에 선 것이다. 그러면서도 조금의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는 과거의 내가 아닌 오늘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우리도 하나님 앞에 이 모습 이대로 당당히 나갈 수 있는 믿음과 영적 자신감이 필요한 것이다. 고린도후서 4:16-18절 말씀에는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고 말씀하고 있다.

겉사람의 낡아짐은 후패하고 늙어진다는 뜻이다. 우리의 겉은 누구나 낡고 늙어짐을 피할 수가 없다. 낡고, 늙고, 썩고, 죽는 이것이 우리 겉사람의 인생 이야기다.

또한 겉사람인 육체는 연약해서 힘을 잃고, 늙어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인들이 거울에 마주앉아 주름살을 세고 흰머리를 뽑기 시작하면 인생의 허무감도 느끼고 우울감에 빠질 위험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속사람으로 사는 사람은 역설적인 삶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오늘 우리 사회의 부정적 현상중의 하나인 외모지상주의다.
특히 젊은이들은 외모주의에 빠질 위험성도 많고, 외모에 집착하는 현상이 크다. 겉 사람의 이야기다.

얼마 전 루저라는 단어가 젊은이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적이 있다. 한 방송에서 젊은 여대생이 남자의 키가 180cm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못되면 루저라고 했다.
루저란 승부에서 진 패자를 의미하는데 우리 시대가 가지는 가치관의 한 단면일 수 있다.
그러나 키가 크건, 작건, 늙었건, 젊었건, 이 모습 이대로 사람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과 담대함이 필요할 수 있다.

중년 노인의 삶을 연구하는 미국의 심리학자 프레드릭 M 허드슨 박사는 노화란 육체는 쇠락해도 정신은 성장하는 것으로 정의 했다.
말을 바꾸어 보면, 겉사람은 후패해 갈지라도 속사람은 새로워진다는 의미일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과거의 추억이나 이루지 못한 꿈에 갇혀 버리면 정신적 성장이 멈추게 되는 심리적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결코 낙심하거나 우울해 하거나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인생을 누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성령의 능력으로 속사람을 강건하게 해야 한다.(엡 3:16)
겉사람이 아닌 속사람으로 사는 삶의 당당함과 강건함과 영적 자신감이 지금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다.